대통령 당선을 로그인이라고 표현한 한 언론의 기억속에서
짧게 나마 당신에게 글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신문을 뒤적이는데
역시나 한숨만 푹푹 나오는 기사 뿐이더군요.
조간이라 당신의 죽음 얘기는 없었음에도 말이에요.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한숨이었는지 이제야 새삼 느낍니다.
제 얘기를 조금 해볼까요.
고등학교 시절까지 전라도 광주에서 자란 저는
특별한 노력없이도 정치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라디안'의 피가 철철은 하니지만 잔잔하게나마 흐르는 그런 꼬마였습니다.
여느 광주 시민처럼 5.18을 겪었던 아버지는 DJ가 대통령이 되는 그 날을 항상 꿈꾸셨고,
그 꿈이 실현되는 날 광주 시내 곳곳의 호프집에서는 공짜술이 넘쳐 났지요.
제 모교인 광주일고 학생운동기념탑에 당시 대선후보 이회창씨가 온다는 소식에
곧바로 검은 차들과 전경들이 즐비함을 예상했던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이름을 되내여 본 것은 부산시장에 출마하셨을 때였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이던가요.
그 시절 꼬마에게도 부산시장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는 무모한 사람으로 보여졌나봅니다.
물론 그 때는 당신이 부산출신이란 점도, 5공 청문회 스타라는 점도 몰랐지만요.
고백하건데 대학교 시절 저는 부끄러운 정치학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정치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로서 정치학에 매력을 느꼈지요.
핑계지만 그러한 이유로 당신의 행보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생활했습니다.
2001년, 신촌 어느 호프집에서 시덥지 않은 연애얘기로
맥주를 마시던 저는 그럴 듯한 영화예고편을 보게됩니다.
비행기 붕하고 날아와서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붕괴시키는 영상이었는데
저거 개봉하면 꼭 봐야겠다-라고 친구들하고 다짐을 했었지요.
그날 숙소에 들어간 뒤 밤을 새우면서 새내기의 깜냥으로 떠들어 댈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동이 틀 무렵 제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정도로 강렬한 정치적 사건은 없을거야"
역시 장담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군요.
이듬해, 저는 군인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중대원 누구와도 저의 정치적인 견해를 나누어 본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내면의 엘리트 의식을 경계한 제 나름의 방어기제였지 싶습니다.
그러던 도중 16대 대통령선거가 치루어 졌습니다
기적처럼 대선후보가 된 당신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어차피 주류 정치인'이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혐오스러울 정도의 선입관으로 당신을 쉽사리 판단했습니다.
군복무 단축의 혜택을 얼마나 받을 것인가 하는 정도의 우스갯소리가
적어도 그 때는 저에게 더 가치있었다고 하면 너무 죄송한 말씀이려나요.
결국 당신은 당선되었고, 저는 예정보다 일찍 제대를 하게되었습니다.
그것이 당신과 나의 가장 긴밀한 사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엄습하는건,
참 당신에게 무심했던 저를 책망하게 만듭니다.
당선 이후, 저는 당신의 정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냉소적인 비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검사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그 TV 화면 속의 노무현은 참 멋있었습니다.
지칠대로 지친 대통령 당신은 대연정과 연임제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날 당신의 모습은 참 작고 초라해보였습니다.
모든 평가는 역사가 한다고 했던가요.
이 시점에서 제가 느낀 바를 소회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렇게 하나하나 곱씹어보니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나네요.
좋아하는 정치 격언 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정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제가 당신에게 보인 그것이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노무현, 당신은 제가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정치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한국정치의 희망이었고, 미래에도 희망일 사람.
당신을 이렇게 떠나보냅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mov_pg.aspx?CNTN_CD=ME000059392&CMPT_CD=P0000
요즘 유행하는 말
빵나오면 개고생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
빵나오면 개고생이다.
수고하셨습니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자신의 철학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말을 남겼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질 무렵에야 비로소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앞서가는 자는 언제나 고독하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질시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 안의 불안감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 분명 언젠가 내 판단이 옳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불확실과 혼돈의 시대에서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미네르바 논쟁보다 그냥 생각나서 끄적.
사실 내가 지내는 곳엔 3일 전에 왔거든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지내는 느낌.
우린 언제쯤 별을 보러 갈 수 있을까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지내는 느낌.
우린 언제쯤 별을 보러 갈 수 있을까요.
개인 삶의 단편이 보편성을 획득할 때, 감동이 온다.- 헤겔
내 이야기를 조근조근 잘 들어주던 그 사람.
어쩌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내게 감동을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조근조근 잘 들어주던 그 사람.
어쩌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내게 감동을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